[연합시민의소리/홍성찬 기자]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부산 연제구)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 중 사내대출 제도를 운용하는 27곳을 조사한 결과,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석유관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3곳만 정부 지침에 맞게 관련 규정을 바꿨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8곳은 일부 규정만 개정하는 데 그쳤고, 강원랜드, KOTRA,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광해광업공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16곳은 노조와 협의 중이거나 노조의 반대에 막혀 아예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제도를 운영 중인 공공기관 68곳이 주택 구입과 주택 대출 상환 목적으로 직원에게 대출해 준 금액은 2016년 673억 4천만원에서 2017년 904억 7천만원, 2018년 1173억원, 2019년 1,119억 7천만원에 이어 2020년에는 1,712억원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의 경우 사내대출이 2016년 18억원에서 2020년 49억원으로 급증했고, 이에 따라 사내대출 재원으로 활용하던 사내근로복지기금 잔액 부족으로 대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해 7월 각종 대출 규제와 상관없이 공공기관이 직원들에게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사내대출 제도를 시정하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1년이 지나도록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이를 외면하고 여전히 대출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재부는 지난해 7월 일부 공공기관이 연 0~1%대 초저금리로, 많게는 1억원 이상을 직원들에게 대출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내대출 제도가 직원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준다며 공공기관이 예산이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해 주택자금을 직원에게 융자할 때 대출금리를 한국은행의 ‘은행 가계대출금리’ 이상으로 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담보 인정 비율(LTV) 규제를 적용하고 무주택자가 85㎡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때만 대출해 줘야 한다는 내용도 지침에 담았다.
대출 한도는 주택구입자금 7000만원, 생활안정자금 2000만원으로 제한했다. 그러면서 사내대출 지침 적용 여부를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협의회를 중심으로 노조는 기재부의 지침에 강하게 반발하며 홍남기 전 기재부 장관과 관련 공무원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공공기관은 사내대출을 무기한 중단하고 있다. 노조의 반대에 밀려 사내대출 규정을 바꾸지는 못하고, 기관 경영 평가에 불이익을 받는 것을 피하고 싶다 보니 선택한 ‘꼼수’다. 일각에선 공공기관 사내대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면 슬그머니 대출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주환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과도한 주택 담보대출 규제도 모자라 지금과 같은 고금리 시대에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공공기관의 혜택에 국민들의 허탈함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면서 “‘말뿐인 지침’에 그치지 않도록 더욱 엄격한 관리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