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민의소리/이경문 기자] 각종 근대 문화유산이 밀집한 제물포개항장의 중심 건축물이자 90년의 역사를 지닌 등록문화재 ‘인천 중구청’. 이곳 쉼터가 ‘지붕 없는 박물관’ 제물포개항장 관광의 새로운 거점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인천시 중구(구청장 김정헌)는 올해 ‘중구청 앞 쉼터 정비공사’를 완료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사업은 조성된 지 10여 년이 지난 중구청 앞 쉼터 공간을 정비, 개항장 탐방객들에게 더 편리하고 의미 있는 관광 환경을 제공하는 데 목적을 뒀다.
이를 위해 총 4차례 걸친 문화재 현상 변경 심의 등의 행정 절차를 마친 후, 7,5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다양한 근대문화재가 산재한 탓에 문화재 현상 변경 심의 등 복잡한 절차를 통과해야 했으나, 전문가 자문, 심의위원들과의 긴밀한 소통 등 담당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번 사업을 완료할 수 있게 됐다.
구는 ‘열린 관광지’, ‘비움의 공간’, ‘개항장의 의미를 생각하는 공간’에 주안점을 두고 이번 사업을 추진했다.
먼저 ‘열린 관광지’ 개념을 적용, 장애인 등 보행 약자를 위해 계단으로 된 진입로를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경사로로 만들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중구청 축소모형을 만들어 손으로 형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관광 정보 등을 들을 수 있는 음성 안내도도 설치했다.
또한 ‘비움의 공간’에 초점을 맞춰, 주민·관광객이 여유롭게 쉴 수 있도록 쉼터 내 수목을 재정비하고 바닥에 잔디를 새로이 깔았다. 소나무를 제외한 기존 대형 수목류를 다른 곳으로 이식해 더욱 탁 트인 공간을 확보했다.
이는 개항장 일원 도시 구조가 100여 년의 역사를 두고 형성돼 녹지가 부족하고 도로 폭이 협소한 데다, 쉼터 조성 당시에 심은 측백, 단풍나무 등이 사람보다 더 크게 자라 인도까지 침범하는 상황이 된 점을 고려한 것이다.
끝으로 그간 개항장 일대에서 옛 지명인 ‘제물포’의 흔적을 찾기 쉽지 않았던 만큼, ‘1883 제물포 개항장’이라고 쓰인 글자 포토존을 설치, 탐방객들이 장소의 정체성을 느끼며 개항장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조계지였던 역사성·상징성을 고려, 한국의 국화인 무궁화, 중국을 상징하는 모란, 일본에서 많이 자라는 동백을 심었다. 꽃들이 조화롭게 피는 것처럼, 동아시아 3국이 갈등의 역사를 넘어 평화로운 미래로 나아가자는 뜻을 담았다.
김정헌 중구청장은 “작은 공간이지만 주민과 관광객이 휴식을 취하며 사색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개항장의 의미를 더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