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받지 못한 ‘혼인외 출생자’도 국가유공자 유족

입력 2009년07월15일 14시05분 백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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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 “국가유공자 유족 불인정은 위법․부당”

[여성종합뉴스]6.25전쟁 혼란기에 부인과 혼인신고도, 딸의 출생신고도 못하고 군에 입대했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혼인외 출생자’가 돼 ‘국가유공자 유족’ 인정을 받지 못했던 60대 할머니가 행정심판위원회의 적극적인 결정으로 국가유공자 유족으로 인정받을 길이 열렸다.

 국민권익위원회(ACRC, 위원장 양건) 소속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는 서울지방보훈청장이 ‘실제 유족으로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 혼인외 출생자를 생부 또는 생모의 인지(認知)나 법원의 친생자 확인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가유공자유족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위법․부당하다고 결정하였다.

※ 인지(認知) : 혼인외의 출생자를 사실상의 父·母가 자기의 자녀인 것을 확인하여 법률상으로 친자관계를 발생시키는 행위

 이씨(60·여)는 서울지방보훈청장에게 국가유공자유족 등록 신청을 하였으나, “국가유공자인 고(故) 이모씨가 사망한 후의 고(故) 이모씨와 고(故) 오모씨 간 혼인신고는 무효이고, 이씨는 고(故) 이모씨로부터 인지(認知)받거나 법원으로부터 친생자로 확인 받지도 못했으므로 유족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하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현행 민법에는 부모의 혼인이 무효인 경우, 그 자녀를 혼인외 출생자로 보며, 혼인외 출생자는 그 생부 또는 생모의 인지를 받아 친생자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인지받지 못한 상태에서 생부 또는 생모가 사망한 경우 그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내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여 친생자로 확인받아야 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 행심위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국가유공자 및 그 유족에 대하여 응분의 예우를 하여 실질적인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을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어 개인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권리‧의무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의 취지와 같은 것으로 볼 수 없고, 유족의 순위도 민법상 상속인의 순위와 다르게 정하고 있어 국가유공자 유족 범위는 민법보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취지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행심위는 또 ‘혼인외 출생자’가 인지받지 못한 상태에서 생부 또는 생모가 사망해 이들로부터 인지받을 방법이 없는 경우, ‘실제 자녀로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 비록 법원에 의해 친생자로 확인받지 못했다 하더라도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게 응분의 보상을 한다는 법률취지를 살려 국가유공자유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구인 이씨는 수많은 6.25세대들이 겪은 것과 비슷하게 험난한 세월을 보냈다. 또 전쟁 와중이어서 이씨와 그 가족들의 각종 기록은 오류가 많아 친부와의 관계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1949년 9월 30일에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이씨는 가족관계등록부상 출생일이 1952년 9월 30일로 되어 있고 아버지는 국가유공자인 고(故) 이모씨, 어머니는 고(故) 오모씨로 되어 있다.

   화장보고서(1953년 5월 6일 작성)에는 이씨의 아버지가 6.25전쟁 중인 1953년 2월 26일 입대해 이병으로 복무하다 2개월 만인 4월 27일 간염으로 사망했고, 1953년 5월 1일 화장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 국가유공자요건관련사실확인서 및 화장보고서: 군입대(1953. 2. 26)→사망(1953. 4. 27)→화장(1953. 5. 1)

    반면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이씨의 부모가 1953년 10월 2일 혼인하였고, 이씨는 1952년 9월 30일 태어나 출생후 1년 6개월 후인 1954년 4월 13일에 출생신고 되었으며, 이씨의 아버지는 1954년 4월 25일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다.

 - 제적등본 : 이씨 출생(1952. 9. 30)→ 부모혼인(1953. 10.2)→이씨 호적 입적(1954.4.13)→고(故) 이모씨 사망(1954.4.25)→모친재혼 제적(1960)

    이씨의 주장이나 국가유공자요건관련사실확인서 및 화장보고서를 보면, 이씨가 태어난 뒤(1949년 9월 30일) 이씨의 아버지가 사망(1953. 4. 27)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화장보고서와 제적등본을 비교하면 이씨의 부모 혼인(제적등본상 1953. 10. 2)은 이미 아버지가 사망(화장보고서상 1953. 4. 27)한 뒤에 이루어졌고, 청구인이 아버지 호적에 입적(1954. 4. 13)된 것도 사망 후로 되어있다. 이를 근거로 서울지방보훈청장은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을 거부하였다. <연도별 사건흐름도는 첨부 참조>

    하지만 행심위는 ▲이씨가 고(故) 이모씨의 자녀로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되어 있는 이상 출생신고가 무효라고 할 수 없고 ▲6.25전쟁과 사회적 혼란 등 당시의 시대상황을 고려할 때 혼인 및 출생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수 있으며 ▲가족관계등록부상 고(故) 이모씨 혼인일, 이씨 입적일, 고(故) 이모씨 사망일이 모두 6.25전쟁이 끝난 뒤 1년 이내인 점 ▲군복무 중 8개월만에 휴가 나와서 혼인하기는 어려운 점 ▲화장보고서의 사망일과 가족관계등록부상 사망일이 다른 점 등으로 미루어 가족관계등록부상 등재일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오히려 가족관계등록부상 등재일이 실제보다 늦다는 이씨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결국 이 같은 이유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게 응분의 보상’을 한다는「국가유공자 등 지원 및 예우에 관한 법률」의 취지를 살려 이씨를 국가유공자 유족으로 인정하는 않는 것은 위법·부당하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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