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담화문 전문.
SBS 가족 여러분 ,
우리는 지난 6개월 동안 헌정사상 처음 벌어진 대통령 탄핵이라는 낯선 경험을 하였고 , 이제 그 힘들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새 정부의 탄생을 불과 며칠 앞두고 있습니다 .
이런 시대적 대전환은 , 불의에 맞서 촛불 시민혁명을 이끌며 정의가 바로 선 나라를 꿈꾸어온 수많은 우리 이웃들의 피와 눈물 그리고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
이 과정에 SBS 보도 , 시사교양 본부가 보여준 용기와 시대정신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SBS가 최고의 언론사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
하지만 지난 5월 2일 , 8뉴스에서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 세월호 인양과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제목을 달고 함량 미달의 보도가 전파를 타고 말았습니다 .
확인 결과 기사내용의 부실함뿐 아니라 , 이를 방송 전에 확인하고 검증해야 하는 게이트키핑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채 기사 작성의 기본인 당사자들의 사실 확인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
그동안 우리 조직원들이 피땀 흘려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진 5월 2일의 세월호 보도는 , 직접적으로는 세월호 유가족과 특정 대선후보뿐 아니라 ,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그동안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많은 노력을 해온 보도 ,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진들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불행한 사건이었습니다 .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첫째가 팩트요 , 둘째는 균형 잡힌 절제라고 얘기해왔습니다 .
저널리스트의 손에는 늘 양날의 칼이 쥐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 칼은 사실에 입각해 아주 조심해서 사용해야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자신도 다치지 않습니다.
절제되지 않은 권력과 언론은 그 자체로 폭력이라는 사실을 최근 우리 현대사를 통해 절감하고 있지 않습니까 .
오늘 저는 이 보도를 취재한 부서나 특정 개인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 이 보도가 바로 우리의 현재이고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자기 자신을 정확히 돌아볼 줄 알아야 미래에 발전이 있습니다 .
SBS는 지난3일 새벽부터 보도와 홍보 TV, 라디오와 각종 언론매체 , SNS를 통해 반복해서 보도의 진의를 설명하고 정정 , 사과하였습니다만 , 이미 SBS를 지지했던 많은 시청자들이 등을 돌린 뒤였고 앞으로도 우리에게는 각계각층으로부터 거대한 후폭풍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 잃어버린 시청자 신뢰를 회복하는데 앞으로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
사랑하는 SBS 가족 여러분 ,
취임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 SBS호를 이끌고 여러분들을 격랑이 이는 파도 속으로 가야 한다고 외쳐온 선장으로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
우리가 추구해온 공정한 방송 그리고 시청자가 열광하는 프로그램 제작을 향한 우리의 열정은 , 이번 일로 결코 식힐 수 없는 거대한 활화산 같은 것이며 , 이 땅에 정의를 구현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 본연의 사명은 중단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
저는 다시는 이번 일과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 조사뿐 아니라 내부시스템을 혁신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 하지만 동시에 우리 스스로가 변하고 매 순간 겸손하게 성찰하지 않으면 우리가 구축한 공고한 시스템도 한순간에 사상누각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다시 강조하고자 합니다 .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우리를 나약하게 만드는 반목과 분열 대신 이번 사건에서 절절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감수하고라도 시청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다시 매진합시다 . 저를 포함한 SBS 가족 모두가 다시 한 번 스스로를 냉정하게 성찰하고 공동체 의식으로 이 위기를 돌파해 나갑시다 .
여러분은 그동안 그 누구보다 잘해왔고 ,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
2017년 5월 4일
SBS 대표이사 사장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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