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서 겸허하고 진지하게 본안 소송에 임할 것"

입력 2013년11월14일 07시03분 홍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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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민주주의의 최소 기준선을 오늘 지켜줬다" 사법부에 감사

[여성종합뉴스] 서울행정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제기한 법외 노조 통보 처분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따라서 통보 처분을 유지하면 공공복리를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해직자가 노조에 가입돼 있어 법률을 일부 위반하고 있더라도, 노조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를 비추어 법외 노조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재판부는 해석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전교조를 비롯한 노동계가 그간 펼쳐온 논리와 상당 부분 맞닿아 있어 많은 눈길을 끌고 있다.

전교조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가 지금이라도 법외 노조 통보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도 '사필귀정'을 보여준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반면 노동부는 이날 "법외 노조 통보가 전교조의 위법을 시정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였음을 본안 소송에서 상세히 소명해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재판부는 이날 "일반적으로 집행 명령은 상위법령의 시행에 필요한 세부적 사항을 구체화하고 그 절차를 집행하기 위하여 행정 관청이 직권으로 제정하는 것"이라며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 노조법 2조 4호 시행에 필요한 세부적 사항을 구체화하고 그 절차를 집행하기 위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이는 전교조가 그간 시행령 9조 2항(설립 반려 사유 발생 시 30일 이내 시정 명령 후 법외 노조 통보)을 앞세워 전교조를 법외 노조화한 노동부의 결정에 "모법에 근거가 없다"고 주장해온 것과 상통하는 맥락이다.

재판부는 또한 "노조법 2조 4호에 각 목(반려 사유 항목으로, 해직자 가입도 이에 포함)에 해당하면 문언에 따라 곧바로 법외 노조로 볼 것인지, 아니면 위 규정 각 목에 해당하더라도 위 규정과 노조법의 입법 목적, 취지 및 내용에 비추어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할 경우에만 법외 노조로 볼 것인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 역시 노동계가 그간 해온 주장과 맞닿아 있다. 전교조는 노조법의 목적은 헌법이 보장한 노조 활동과 각종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함이지, 이를 제재하기 위함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특히, 노조법에서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제한한 것은, 정부나 회사가 노조의 자주성을 해치기 위해 근로자가 아닌 자를 가입시키는 등의 행위를 못하도록 하는 '권리 보호' 조항이지, '권리 제재' 조항이 아니라고 주장이다.

재판부는 "나아가 교원의 노동조합의 특수성과 교원노조법의 입법 목적, 연혁 등에 비추어 볼 때 일반적인 노동조합과 교원의 노동조합에 대하여 노조법 제2조 4호를 달리 해석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다툴 여지가 있다"고도 했다. 노동부가 전교조에 대해서는 '교사 지위의 특성상 교원노조법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정 반대의 의견을 내놓은 셈이다.

이에 대해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이날 오후 연 기자회견에서 "재판부가 민주주의의 최소 기준선을 오늘 지켜줬다"며 "단순히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을 넘어,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에 매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사법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교조 측 법률대리인인 신인수 변호사는 "재판부가 전교조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고 했고, 권영국 변호사는 "상당히 어려웠을 텐데, 재판부의 용기를 대단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이날 법원 결정을 또 한 번의 계기로, 교원노조법과 노조법 개정을 위한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교육부의 후속 조치로 중단됐던 단체 교섭을 즉각 재개하고, 뉴라이트 교과서 퇴출 및 채택 거부 운동 등 교육 현안 대응 투쟁도 이어갈 계획이다.

김정훈 위원장은 이날 교원노조법과 노조법 개정을 국회에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19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 해직자를 노동조합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합의했지만, 국회는 아직 이 합의 사항을 다 이행하지 못했다"며 "법외 노조 통보란 상황이 되기까지는, 이미 국회에 상정돼 있는 교원노조법 개정안 통과를 미루어 온 국회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또 노동부의 법외 노조 통보로 잠시 주춤했던 참교육 운동을 정상 궤도에서 계속 진행해 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 상징으로 전교조는 11월 말 1만 명 이상의 교사가 참여하는 '2013 교육 민주화 선언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전두환 정권 당시에 교사들이 '교육 민주화 없이 사회 민주화 없다'는 신념에서 벌였던 교육 민주화 운동의 재연인 셈이다.

교육 현안에 대응하는 투쟁 일정도 이어간다. 전교조는 이날 뉴라이트 교과서 퇴출 및 채택 거부 운동, 특권 학교 폐지 및 일반 학교 살리기 운동, 교육 공약(고교 무상 교육,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파기 규탄 및 공약 이행 요구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제단체들과의 공동 투쟁도 계속된다. 특히 전공노에 이어 전교조에도 이날 검찰의 '대선 개입' 수사가 시작된 만큼, "정치 탄압"에 대응하는 연대 전선이 세워질 전망이다.

세계교원단체총연맹(EI)는 오는 16일 한국을 방문한다. 이 단체는 2박 3일간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청와대와 노동부, 교육부에 "최근 전교조 노조 설립 등록 취소와 관련해,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 권고 이행 결여 부분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할 기회를 가지고 싶다"는 공문을 보냈다. EI는 전 세계 172개국 401개 교원노조가 가입돼 있으며, 한국에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과 전교조가 가입돼 있다.

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법원의 집행 정지 결정이 정부의 노조 아님 통보가 위법하다고 결정한 것은 아니"라며 "행정 소송 과정에서 신청인이 주장하는 손해가 금전으로 보상되지 않는 손해일 경우, 법원은 본안 소송 판단시까지 집행 정지를 인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권영국 전교조 측 변호사는 "본안에서 신청인(전교조)이 패소할 가능성이 명백하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신인수 변호사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서 겸허하고 진지하게 본안 소송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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