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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종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 설범식)는 지난 20일 별세한 풀빛출판사 창업자 고(故) 나병식 씨의 재심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30일 밝혔다.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이던 영화감독 장선우(본명 장만철) 씨를 숨겨준 혐의로 지난 1976년 징역 8월을 확정받았던 나 씨는 장 감독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자 재심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가 위헌ㆍ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이 있었고, 이에 따라 장 감독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았기 때문에 재심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긴급조치를 위반해 수배 대상이 된 이가 검거되지 않도록 은닉해 준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도 재심 대상이 된다고 법원이 결정했다. 범인은닉죄에 대한 기존의 주된 해석과 배치되는 전향적인 결정 이어서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하지만 이는 ‘범인은닉죄’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과는 어긋난다. ‘범인은닉 및 도피죄’에서 말하는 ‘범인’에는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뿐만 아니라 수배ㆍ검거 대상도 포함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해당 죄목이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 수사 등 공권력 행사의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건에 있어서는 범인이 재판에서 무죄가 되었다고 해서 해당 범인의 도주ㆍ은닉을 도와준 행위마저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역시 같은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검찰은 앞선 심문기일에서 “형법 어디에도 ‘범인은닉죄’의 ‘범인’이 확정 판결을 받은 자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재심 신청을 기각할 것을 주장했다. 재심 신청이 인용되자 검찰은 일반적인 긴급조치 사건과는 달리 즉시 항고하며 상급심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