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종합뉴스/홍희자전문기자] ‘뉴욕 타임스’를 비롯하여 많은 미디어의 주목을 받은 괴짜 심리학자 매튜 헤르텐슈타인 교수는 하버드 대학교 제롬 케이건 교수의 연구에 주목, 어린 시절에 나타나는 성향이 사람에 따라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을 책 ‘스냅 SNAP’에 담아 눈길을 끌고 있다.
생후 4개월 된 아이를 편안한 아기용 의자에 앉히고 45분 동안 아이를 관찰함으로써 아이의 미래 성격을 예측할 수 있다며 아이에게 녹음된 문장이나 의미 없는 소리들을 귀에 갖다 대기도 하고, 색색의 물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빌을 아기 얼굴 앞에서 앞뒤로 흔들기도 하고, 톡 쏘는 냄새가 나는 면봉을 아기 콧구멍 밑에 가져가기도 하는 등 다양하고 새로운 자극을 제공하여 아이의 반응을 얻는다.
연구 결과 영아 다섯 명 가운 데 한 명꼴로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울며 어떠한 자극에도 외면, 몸부림을 치고 다리를 허우적거리며 격렬하게 우는데 이러한 아이들은 고반응아로 분류된다.
이들은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엄마에게 달려가고 어릿광대가 들어와도 울면서 “안 돼, 안돼, 안 돼!” 소리를 치던 영아 다섯 명 가운데 두 명 꼴로 대단히 침착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은 저반응아로 분류된다.
이들은 실험자와 잘 지낼 뿐만 아니라 서슴없이 액체가 들어 있는 컵에 손을 집어넣거나 낯선 사람, 어릿광대, 장난감 등에도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등 실험 과제에 즐겁게 접근했다.
이 실험에 참가한 영아들 중의 다수를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등에 다시 실험을 수행했으며, 성인이 되어가는 아이들의 행동 및 생리 분석 결과 놀라운 일관성이 나타났다며 생후 4개월의 고반응아로 분류된 아이들은 유아기에도 낯선 사람이 방에 들어오거나 실험자가 기구를 자기 몸에 대려고 하면 목청이 터져라 비명을 질러댔다. 이후에도 아이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 ‘공황 상태’가 되었고, 자기 침실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이후 청소년기 때는 불안 때문에 학교를 수시로 결석했고 고반응 영아들 사이에서 관찰되던 지나친 경계 행동 중 일부는 사춘기를 전후하여 낯선 사람,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대처할 능력을 갖게 되면서 사라진다.
그러나 고반응아들이 쾌활하고 활기 넘치는 아이로 변모하는 일은 드물다. 마찬가지로 저반응아가 내성적이고 과묵한 사람이 되고 생리적으로 민감해지는 경우도 드물다. 고반응 영아가 태평하고 느긋한 아이로 성장할 확률도, 저반응 영아가 안절부절못하는 신경과민 증세를 보일 확률도 극히 낮았다.
헤르텐슈타인 교수는 “생후 4개월 된 아기의 행동이 유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기까지의 향후 발달 과정을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연구 결과는 영아기의 고반응 기질이 현재의 정서와 성격에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결론을 내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