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종합뉴스/백수현기자] 지상파를 통해서 생중계된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는 향후 추진될 강력한 규제완화, 민생정치를 위한 대통령 주재 '규제개혁 수요자들의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열렸다.
당초 인원도 60여 명에서 160여 명으로 대폭 확대됐고, 특히 중소기업, 갈빗집 사장 등 소상공인 60여 명이 참석해 현장에서 규제로 겪은 애로를 생생하게 토로했다.
이에 대해 관계 부처 장관이 답변했고, 박 대통령은 참여자의 추가 질문을 유도하며 중재하는 역할을 때론 토론 도중 수시로 발언을 자청, 정부 각 부처 규제 관련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지적 했다.
당초 2개의 세션으로 나눠 오후 2시부터 4시간 정도 '끝장토론'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저녁 9시 5분까지 7시간 넘게 계속될 만큼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진행됐다.
당초 만찬계획이 잡혀 있지 않아 청와대는 휴식시간 이용할 수 있게 샌드위치 등을 제공했고 회의 종료 후 박대통령은 "저녁이라도 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못해서 경우가 빠지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겸연쩍어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의 사회로 진행된 첫 번째 세션은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라는 주제로 2시간 45분가량 이뤄졌다. 박 대통령의 모두 발언에 이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경제단체를 대표해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를 발제했다.
박 회장은 "과거엔 투자규모나 수익률을 우선순위에 뒀는데 이제 일자리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내 자녀, 내 이웃에 일자리가 생긴다는 걸 느끼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얼마 전까지 동네피자점은 배달이 되는데 떡 가게는 떡 배달이 안됐다"고 생활규제의 전면 재검토도 주장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액티브엑스(Active X)는 본인확인, 결제 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설치해야 하는, 한국만 쓰는 특이한 규제로 한류열풍으로 인기 절정인 '천송이 코트'를 중국에서 사고 싶어도 못사는 건 바로 이 때문"이라며 "계획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이 따르는, 책상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이뤄지는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냉동 공조장비를 생산하는 현대기술산업의 이지철 대표는 "냉동 공조장비의 경우 고효율 기자재 인증대상 품목인데, 문제는 고효율 인증을 받으려면 제품을 규격별로 다 받다보니 검사비용도 많고 부담이 된다"며 각종 인증제도로 인한 애로를 전달했다.
사업 실패 후 재기에 성공한 유정무 IRT코리아 대표는 "재창업 기업 대표자에 대한 신용정보조회를 한시적으로라도 면제해 주는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고,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장은 명확하지 않은 음식점 지하수 급수시설에 관한 행정규칙 개선을 요구했다. 특히 조류인플루엔자에 따른 살처분 과정이 방송되는 것과 관련 "매출이 그날부터 곤두박질을 하게 된다"며 방송 자제를 요청했다.
수원 '정수원돼지갈비' 김미정 사장은 "음식업의 힘든 점은 직원 구하기 특히 외국인 직원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행정업무가 큰 부담"이라며 국세청, 고용노동부 등의 신고 양식 간소화를, 인천에서 9년간 푸드트럭 개조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두리원 FnF의 배영기 사장은 "푸드트럭 도입 관련 규제를 개선하면 소규모 자본을 갖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고 내수시장 확대 등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식품위생법과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에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푸드트럭의 구조 변경이 가능토록,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자동차등록증만 첨부하면 영업을 할 수 있게 관련법의 전향적인 개정을 약속했다.
장형성 한국자동차튜닝협회장은 "자동차 튜닝을 활성화 시킨다면 자동차 산업의 '제2의 도약'이 나타날 것"이라며 "지난해 8월 튜닝관련 규제를 많이 완화했지만 여가활동형 튜닝, 시민생활형 튜닝 등 더 많은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서 장관은 "향후 안전 기준을 지킨다는 전제로 튜닝 규제를 철폐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서 LED(발광다이오드)를 생산하고 있는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는 "직선거리 180m인 공장 사이에 있는 언덕으로 인해 1.2㎞를 돌아가야 해 물류와 임직원 이동이 불편하다"며 도시공원법 규제가 완화되면 1조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박종국 여천NCC 사장은 공장증설 "여수 국가산업단지 가용 부지가 없어 인근 부지가 필요하다"며 "개발 과정에서 부담하는 공사금에다 개발 전후 시세차익의 50%를 부담한다"고 공장 증설 과정에서 겪는 중복 부담을 토로했다.
규제 완화를 놓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따로 놀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서울 영등포 양평동 초등학교 인근에 관광호텔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이지춘 한승투자개발 이사는 "문화관광부를 방문하면 반갑게 반기지만 지자체를 가면 그렇지 않다"고 쓴 소리를 뱉은 뒤 관광호텔을 유해시설로 규정하는 학교보건법 개정을 요청했다.
임성일 지방행정연구원 부원장은 "지자체 공무원들은 중앙부처와도 부딪쳐야 되고 여러 가지 실타래에 얽혀있는 것을 풀어야한다"며 "많은 노력을 하는데 그 가운데에서 생겨나는 문제가 생겼을 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면 감사 면책을 해 주거나 감면해 주는 전향적인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올해는 지난 2월부터 2개국의 감사요원을 동원해서 왜 해 주지 않았는가에 초점을 두고 대규모 감사를 실시 중에 있다"며 "특히 금년에는 선례답습 행태나 민원 등을 빙자한 소극적 업무행태는 비리에 준해서 엄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옥 안전행정부2차관도 "지방규제, 동네규제를 전면 해소하기 위해 상위법령 개정사항이 자치단체의 조례나 규칙에 반영되지 않은 사항을 일제 조사해서 정비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동록 멕킨지 대표는 그러나 "여전히 감사원에 대한 공포 어마어마하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은 "실질적으로 '아, 감사원 감사 방향이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각 부처가, 또 모든 국민들이, 공무원들이 느낄 수 있도록 그렇게 분발해달라"고 당부했다.
"소프트웨어는 규제 필요" 이색 발언도= 20분 휴식 후 재개된 두 번째 세션은 어떻게 규제개혁을 할 것인가에 집중됐다. 특히 유망서비스산업과 덩어리 규제개혁에 대해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조현정 소프트웨어사업협회장은 "개발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만한 대우를 못 받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분야는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규제 폐지를 주장하는 다른 참여자들과 다른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강신철 네오플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호령했던 한국 온라인 게임산업이 이제는 규제 종주국이라는 비아냥 소리를 듣고 있다"며 규제 일변도 정책을 진흥으로 바꿔줄 것으로 요청했다.
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스콧 와이트먼 주한(駐韓) 영국대사는 영국의 규제개혁 경험을 소개했다. 와이트먼 대사는 "영국이 도입한 규제총량제는 '원인 원아웃(one-in one-out, 규제를 하나 만들면 다른 하나를 없애는 것) 제도에서 지금은 '원인 투아웃(one-in two-out, 규제를 하나 만들면 다른 2개를 없애는 것)으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영국에서 규제 역량평가를 어떤 사람들이 담당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고, 와이트먼 대사는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독립 단체와 계약을 맺어 객관적이고 엄격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답했다.
모두 발언 후 토론을 경청하던 박 대통령은 1시간 정도가 지나 마이크를 잡고, 규제개혁 정책에 대한 홍보 부재, 개선되지 않는 '손톱 밑 가시'에 대한 날선 비판과 주문을 쏟아냈다.
이지철 대표가 각종 인증제도로 인한 기업 부담을 토로했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개선 방안을 설명하는 도중 "잠깐만요"라며 끼어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이 실시간으로 어떻게 바뀌고 어떻게 고쳐지는지 기업하는 분들이 알아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윤 장관이 "현재 인증관련 콜센터 '1381'을 개통했다"고 보고하자 박 대통령은 "굉장한 절망에 빠졌을 때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분들을 위한 복지부 콜센터 129는 인지도가 16% 정도로 어려운 데 국민이 급할 때 찾을 수 있도록 홍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 공동단장인 송재희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에게는 "추진단에서 '손톱 밑 가시' 개선을 추진했는데 아직도 90개가 해결을 못보고 있다"며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아직도 추진이 완료 안됐으면 큰 문제로 관계부처도 책임을 같이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이 향후 추진계획을 보고하자 "그럼 할 수 없는데 우리가 ('손톱 밑 가시' 규제로) 선정을 왜 했나"라며 "많은 생각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이것을 호소하는 입장에서는 하루가 여삼추"라고 속도를 낼 것을 주문했다.
두 번째 세션이 진행되던 7시40분 쯤 사회자가 "1시간가량을 더해야 할 것 같은데 5분 정도 쉬었다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자 "오신 분들이 모두 말씀을 해야 하지 않겠나. 그냥 진행하는 게 좋겠다"며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했다.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경제에 대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들어야 하고, 이것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며 "앞으로 규제개혁에 대해 저항하거나 미온적 태도를 갖게 된다면 반드시 책임을 질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건을 빼앗는 것만 도둑질이 아니라 자기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규제에 따라 빼앗는 것도 도둑질"이라며 "규제개혁 저항 공무원은 반드시 책임져야하고, 앞으로 규제개혁 장관회의는 제가 직접 주재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