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피해 유가족의 절규 '내 딸은 내연녀가 아닙니다'

입력 2014년03월30일 10시36분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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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송유관공사 여직원 살인사건"성폭행 혐의 추가 고소할 것"

[여성종합뉴스] '유부남 피고인 이모씨(당시 38세)는 내연관계인 직장 후배 황모씨(당시 22세)가 다른 남자를 만나자 질투심에 사로잡혀 경기 양평군 옥천면으로 끌고가 넥타이로 목졸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2005년 6월 1일. 대한송유관공사 인사과장의 여직원 살인사건의 한줄 요약이다. 핵심 키워드는 '내연관계'. 법원은 이씨에게 살인 및 시체유기로 12년형을 선고했다.

살인자의 손에 딸을 떠나보낸 어머니 유모씨(56)는 9년을 투사처럼 살았오며 피해자의 어머니는 사건을 재조명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내 딸은 유부남의 내연녀가 절대 아닙니다. 딸은 인사과장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계획적으로 납치돼 성폭행 및 살해를 당했습니다." 어머니의 주장에 따라 사건을 재구성했다.

이씨 측 변호인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보낸 메모'라며 '내연'의 증거로 서울고등법원에 제시한 자료.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검증 결과 황씨가 작성한 메모가 아님이 드러났다. 피해 유가족이 사설 검증 기관에 의뢰한 결과 이씨가 '자작'한 메모라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국과수 부검에서 황씨의 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로 나타났다. 어머니는 사체에서는 넥타이에 졸렸을 때 나타나는 둥그런 '삭흔'이 없다고 지적했다.
 
목에 끈을 두르고 조르면 그 자국인 삭흔이 남는다. 보통 이 모양을 보고 범행 도구를 추정한다. 사체는 조용히 목을 졸렸다기 보다는 오히려 피와 멍으로 뒤덮인 모습으로 발견됐다.

'범행 현장'이라던 이씨의 싼타모 차량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차량 안 문짝과 천장에는 혈흔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경찰은 간단한 조사 후 차량을 이씨의 가족에게 되돌려줬다. 어머니는 이씨의 재산 가압류 과정에서 차량을 인계해 7년째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언젠가 '재조사' 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라고 한다 

이씨가 황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는 이씨 소유 차량. 잠자는 황씨의 목을 졸라 죽였다는 진술과 달리 차 곳곳에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황씨의 어머니는 사고 재수사에 대비해 차량을 7년째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다.
 
또 어머니는 경찰이 처음부터 '내연관계'로 각을 세우고 짜 맞춰 나갔다고 토로했다.
 
내연관계와 질투로 인한 살인 외에는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잠을 자는 황씨에게 화가 나 목을 졸랐다"는 이씨의 진술을 빌어 현장 검증에서 차에서 다리를 베고 잠을 자는 모습을 재연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사건 현장 검증이 아니라 '내연'을 증명하는 엉터리 수사였다고 말했다.

'내연관계'라는 단어는 다방면으로 유탄을 남겼다. 살인은 손쉽게 '개인사'로 치부됐다. 성남근로복지공단에서는 '업무와 관련이 없는 사적관계에 기인한 살인사건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족보상 및 장의비청구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회사의 공식적인 사과도 없었다. 회사는 사건 발생 8년 후에야 '위로금 지급 합의서(안)'를 내밀었다.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당사자 이외에 제3자에게 (합의서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아 1억원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어머니는 거부했다. "요구 금액을 불러보라"는 말에 "100억원"이라고 답했다. 어머니가 바라는 건 돈이 아니라고 했다. 죽은 딸의 명예회복이자 진정한 사과다.

어머니는 이씨가 아직 '성폭행' 등 혐의에 대해서는 죗값을 치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한국피해자지원협회의 도움을 받아 이씨에게 '성폭행특별법'을 적용해 추가 고소할 방침이다.

법인권사회연구소 이창수 위원장은 "일사부재리가 공소사실에만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며 "사건의 내막을 살펴봐야겠지만 보기에 따라 강간죄는 살인과 무관해 별도의 사건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전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손정혜 인권이사는 "강간죄와 살인죄(강간 후 살인의고의)라는 두 행위가 서로 다른 죄를 구성한다면 추가로 처벌이 가능할 수 있다"며 "동일한 사실관계(강간살인고의)라면 이미 처벌된 것으로 판단돼 일사부재리 원칙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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