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종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18일 펴낸 ‘한눈에 보는 사회 2014’(Society at a Glance 2014)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은퇴 후 기대수명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짧았다.
한국 남성의 은퇴 후 기대수명은 13년, 한국 여성의 은퇴 후 기대수명은 17.3년에 불과했다. 한국보다 은퇴 후 기대수명이 짧은 나라는 멕시코밖에 없었다.
OECD 회원국 전체의 평균은 남성의 경우 은퇴 후 기대수명이 18.1년, 여성은 22.5년으로 한국의 남녀 노인 모두 다른 회원국들의 노인에 비해 은퇴 이후 평균적으로 5년 정도 일찍 죽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 자체는 길다. 은퇴 시점에서 한국 남성은 84.1세까지, 여성은 87.2세까지로 기대수명이 높아져 있다. OECD 평균인 남성 82.2세, 여성 85.5세에 비해 높은 수치다. 그런데도 한국인의 은퇴 후 기대수명이 짧은 것은 은퇴 시기 자체가 다른 나라보다 늦기 때문이다.
한국 남성의 실질 은퇴 연령은 71.1세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늦었다. 한국 여성의 경우 69.8세로 멕시코마저 제치며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2001년판 보고서에서 한국 남녀의 은퇴 연령은 모두 67세였다. OECD 평균 은퇴 연령은 남자가 64.2세, 여자가 63세였다.
한국에서는 전체 기대수명이 높아졌음에도 과거 약 10여년간 은퇴 후 기대수명은 전혀 늘지 않았다. ‘한눈에 보는 사회’ 보고서의 2001년판에 따르면 당시 한국 남성과 여성의 은퇴 후 기대수명은 13년과 17년으로 지금과 같은 수준이었다. 전체 수명이 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퇴 후 기대수명은 과거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셈이 된다.
요컨대 한국인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늘어난 평균수명을 일하는 데에 모조리 쏟아부었다는 얘기다. 결국 남은 것이라곤 은퇴 후 여생의 비중이 줄어든 팍팍한 노년의 삶뿐이다.
통계수치로 본 현상은 현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흔히 말하는 ‘죽을 때까지 일만 하다 간’ 노인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지속적이고 가파른 추세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동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노인 인구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노인들이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결과는 치열한 경쟁이다. 경쟁은 한 직장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고 여러 일자리를 떠돌도록 노인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고용환경이 비교적 열악할 수밖에 없는 노년층 구직자의 특성상 연령대가 높을수록 근속기간은 짧고 여러 직장과 직종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장인성 분석관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년 인구가 늘어나는 한편, 대기업에서도 실제로는 퇴직연령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직원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노년층의 노동시장에선 무한대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법과 제도상으로만 정년을 보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노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