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점자블록, 안전의 또 다른 사각지대

입력 2014년06월03일 19시34분 정책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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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기자 박동현(직장인)] “보도에 설치한 점자블록이 차량 진입 등으로 파손되고, 설치한 지 오랜 세월이 흘러 훼손된 곳이 많다. 그러다보니 블록의 요철이 사라져 지팡이로 더듬어 다니기가 쉽지 않고 보행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쓴소리를 듣고 그냥 흘릴 수 없어 서울 시내 보도 점자블럭 상태를 둘러봤다. 일반인 입장이 아닌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다.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고 시각장애인의 보행이나 이용이 쉽지 않은 지하철과 고속버스터미널, 또 일반 보행도로 중 시각장애인들의 보행 안전에 위협 요소가 되는 사례를 들어봤다.

 

지하철 승강장의 경우 전동차 탑승구 쪽으로 설치된 점자블록이 한줄, 두줄, 또는 토막 설치로 혼란을 주고, 화장실 입구의 경우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더러 있다.
지하철 승강장의 경우 전동차 탑승구 쪽으로 설치된 점자블록이 한줄, 두줄, 또는 토막으로 설치돼 혼란을 주고, 화장실 입구의 경우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곳이 더러 있다.

 

지하철 승강장의 경우 점자블록의 설치가 통일되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 전동차 출구 문 여닫는 곳 승하차 부위만 점자블록을 한 줄로 짧게 설치한 곳이 있는가 하면, 승강장 앞에서부터 뒤쪽 끝까지 한 줄로 쭉 이어서 설치한 곳이 있다. 2호선 신림역 등 일부 역에는 점자블록을 두 줄로 설치했다.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헷갈리지 않도록 통일했으면 한다.

화장실 이용에는 불편이 없을까. 남녀 화장실 입구에 보도블록이 설치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곳이 비교된다. 입구 맞은편에 남녀 화장실 표식이 부착돼 있는 것은 공통적이다. 바닥에 점자블록이 설치된 곳은 그 위쪽 양옆 벽에도 남녀화장실을 확인하고 들어갈 수 있도록 점자표시가 별도로 부착돼 있었다. 반면 보도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점자표시 없이 남녀 그림만 부착해놓아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남녀 구분을 하기 어려워 보인다.

 

점자블록을 따라 직진하면 차도로 직행하고, 블록이 부분적으로 아예 사라지거나 철봉, 맨홀 등 장애물이 설치돼 보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점자블록을 따라 직진하면 차도로 직행하거나, 블록이 부분적으로 아예 사라진 경우도 있다. 또 철봉, 맨홀 등 장애물이 설치돼 있어 보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점자블록이 잘못 설치돼 있어 계속 가다간 차도로 직행할 수 있는 위험한 곳도 있다.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앞 큰 도로변 인도. 점자블록이 인도를 따라가다가 갑자기 한 곳에서 차도로 곁가지가 난 곳이 있다. 그 길로 따라가다간 차도로 들어서게 된다. 예전에 횡단보도가 있던 곳인데,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점자블록은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이다. 무관심과 무신경의 전형이다.

이곳에서 조금 이동해 미래초등학교로 향하는 보도 위에는 일시 멈춤 점형블록이 사라져 움푹 패였다. 점자블록이 설치된 곳에 큼직한 맨홀을 설치한 곳도 있다. 블록과 맨홀의 높이가 달라 발에 걸려 넘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점자블록이 설치된 곳곳에 철봉이나 차령진입 방지용 콘크리트 기둥을 설치해 이곳 역시 걷다가 걸려 넘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에서나와 AT센터로 들어가는 입구 선형블록 위에는 양탄자를 깔아놓아 제대로 갈 수 없다.
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에서 나와 AT센터로 들어가는 입구 선형블록 위에는 양탄자를 깔아놓아 제대로 갈 수 없다.

 

 

지하철 신도림역 환승통로에 설치된 점자블록 위에는 곳곳에 역사 공사 안내판을 설치해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막고 있다.
지하철 신도림역 환승통로에 설치된 점자블록 위에는 곳곳에 공사 안내판을 설치해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막고 있다.

 

지하철 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에서 나와 AT센터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점자블록 위에 대형 양탄자를 길게 깔아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예식장 등 행사장을 찾는 고객들을 위해 양탄자를 깐 것 같은데 시각장애인은 어디로 다니란 말인가.

그런가 하면 1, 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은 승객이 다른 역보다 많다. 게다가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라 몸이 성한 일반인들도 통로를 다니기가 쉽지 않다. 미로를 다니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런데도 하필이면 점자블록 통로 위 곳곳을 막아 공사 안내판을 설치해놓고 있다. 시각장애인 이동권이 전혀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1~2개월 공사도 아니고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공사인데, 시각장애인 홀대로 밖에 볼 수 없다.

구로구 소재 신도림교 위 시각장애인 보도블록은 수년째 노점상이 위치해 물건을 이동시키면서 보도블록이 곳곳에서 훼손되고 파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군데군데 시각장애인 보도블록이 패이고 요철 부위가 닳아 일반 블록보다 낮아진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점자블록이 없는 만도 못한 상황이다.

 

노점상 주변 점자블록은 인도 차량진입, 물건 이동 등으로 블록의 요철이 훼손되고 곳곳이 패여 미관을 해치고 무용지물화 됐다.
노점상 주변 점자블록은 인도 차량 진입, 물건 이동 등으로 블록의 요철이 훼손되고 곳곳이 패여 미관을 해치고 무용지물화 됐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빌딩 통로 바닥은 점자블록이 낡아 들썩이고 곳곳이 떨어져나나가 보행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빌딩 통로 바닥은 점자블록이 낡아 들썩이고 곳곳이 떨어져나가 보행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서울고속버스더미널 경부선 건물로 가봤다. 건물 내 바닥 곳곳에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이 떨어져 나갔다. 고속버스와 지하철 이용 승객이 많아서인지 모르지만 점자블록의 가장자리가 들고 일어나 금방 떨어질 것 같은 블록들이 많았다. 보기에도 몹시 흉했다. 인파가 몰릴 때는 일반인들도 점자블록에 신발이 걸려 넘어질 듯 보였다. 이곳은 땜질 보수가 아니라 전면 교체가 필요해 보였다.

버스를 타고 오르내리는 곳도 들여다봤다. 버스가 정차해 승객이 승하차하는 위치에 점자블록이 잘 설치돼있었다. 그러나 기존에 설치한 블록이 떨어져나가 사라진 모습도 여러 승하차장에서 볼 수 있었다. 바닥 점자블록이 통째로 떨어져나간 곳이 있는가 하면 한두 장만 달랑 붙어있는 곳도 있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버스 승차장 승객이 오르내리는 출입문 아래 바닥 곳곳에는 기존에 설치됐던 점자블록이 떨어져 나가 흔적만 남은채로 방치되고 있는 더러 있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버스 승차장 승객이 오르내리는 출입문 아래 바닥 곳곳에는 기존에 설치됐던 점자블록이 떨어져나가 흔적만 남은 채로 방치돼 있는 곳이 더러 있었다(하).

 

 

한 구청의 출입구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점자블록 보도 위에는 차량을 비롯 보행 방해물이 가로막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 구청의 출입구에서 현관으로 이어지는 점자블록 보도 위에는 불법주차 차량을 비롯해 보행 방해물이 가로막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상태는 어떨까. 한 구청을 가봤다. 일반보도보다 나을 게 없었다. 오히려 더 엉망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민원인의 차량에서부터 구청에서 운영하는 순찰용 차량까지 점자블록을 뒤덮고 있었다. 관에서부터 이 모양이니 일반 보도에서 점자블록이 제대로 운영되고 관리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듯 보였다. 시각장애인 안전보행 확보, 말뿐인 구태행정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한 시각장애인은 “다니다보면 횡단보도에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곳도 있다. 설치됐어도 경계턱 높은 곳에 설치해 안전보행을 위협하고 있다. 또 횡단보도 등과 같이 인도에서 차도로 진입하는 곳에는 경고용 우선멈춤 점형블록이 설치돼야 하는데, 직진을 유도하는 선형블록만 설치돼 속도가 붙어 멈추지 않고 가면 곧바로 차도로 직진해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보도블록의 색깔도 노란색, 흰색을 섞어 설치한 곳이 많아 성의없어 보이고 미관상 좋지 않으며 혼란을 준다고 말했다.

 

서울역 승강장에서 하차한 몸이 불편한 승객을 엘리베이터로 안내하는 여승무원의 모습이 아름답다. 장애인들이 승강장 내 건물 기둥 등 복잡한 구조물을 안전하게 피해 다니기가 벅차 보인다.
31일 오후 서울역 승강장에서 하차한 몸이 불편한 승객을 엘리베이터로 안내하는 여승무원의 모습이 아름답다. 장애인들이 승강장 내 건물 기둥 등 복잡한 구조물을 안전하게 피해다니기가 벅차 보인다.

 

인도 보도블록을 땜질 교체하면서 기존에 설치돼있던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록을 일반 보도블록으로 깔아 갑자기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록이 뚝 끊긴 곳도 볼 수 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점자블록만 믿고 따라가는데 갑자기 길이 끊기는 이런 곳을 걷는다면 어디로 가야할지 당황스럽고 혼란을 겪게 된다.

서울역과 같이 시설이 복잡하고 인파가 붐비는 곳은 장애인 보행 확보가 쉽지 않고 점자블록을 이용한다고 할지라도 보행이 용이하지 않다. 며칠 전 서울역 승강장에서 장애인의 팔장을 끼고 엘리베이터로 안내하는 여승무원의 친절한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모든 장애인이 이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점자블록만이라도 제대로 관리하고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시각장애인 편의를 위해 설치한 점자블록이 외려 관리 부실로 보행에 암초가 돼서는 안된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도록 각 지자체는 관내 전체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을 둘러보고 관리에 만전을 기했으면 한다. 점자블록을 설치할 때의 초심을 되돌아봤으면 한다.

정책기자 박동현(직장인) qlove1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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