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종합뉴스/백수현기자] 1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자스민 의원(새누리당)이 고용노동부에서 입수한 현대중공업 직영·하청 노동자의 산재 현황에 따르면 직영 노동자의 재해 건수는 큰 변동이 없는 반면 하청 노동자가 재해를 당한 경우는 1년만에 69% 늘었다며 현대중공업의 수주 실적이 늘어날수록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산업재해의 위험에 내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직영은 현대중공업 소속 정규직 노동자를 뜻하고, 하청은 협력업체 소속이지만 실제 근무는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하는 노동자다.
최근 3년간 현대중공업 직영 노동자의 산재 건수는 2012년 193건(사망자 5명 포함)에서 2013년 187명(사망자 7명 포함)으로 소폭 감소했다. 올해 4월 말 현재까지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1명과 재해자 62명이 발생했다.
반면 하청 노동자의 산재는 2012년 61건(사망자 4명 포함)에서 2013년 103건(사망자 1명 포함)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추락과 화재 사고로 4명이 숨졌다.
현대중공업은 수주량 증가로 필요한 인력의 대부분을 고용 비용이 저렴하고, 일감이 떨어지면 곧바로 내보낼 수 있는 하청 노동자로 충당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계열 3개 선박건조업체(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의 선박 수주량은 2012년 666만9천GT에서 작년 1천773만1천GT로 약 166% 증가했고, 올해 1분기에 이미 618만1천GT를 수주했다.
GT는 뱃머리부터 배꼬리까지에 이르는 갑판 이하의 선내 총 용적을 환산한 단위로, 1GT는 2.83㎥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회사의 고용 유연화 전략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하청 인원이 엄청나게 늘었다"면서 "특히 해양사업부는 2천여명 정도였던 하청 노동자가 현재 1만5천∼1만6천여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사측도 "작년 수주량이 대폭 늘어나 사업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와 직원 수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상대적 약자인 하청 노동자들은 열악한 조건으로, 위험한 작업에 우선 투입되기 때문에 산재에 더욱 취약하다며 금속노조측은 "10일짜리 공사를 5일내 끝내라는 식으로 압박을 받으니까 무리하게 작업할 수밖에 없다"면서 "잇따른 사고 이후 회사가 대대적인 안전조치를 발표했지만 실효성은 전혀 없다"고 주장하며 "안전수칙을 다 지키면 일정을 못 맞춘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어이없는 사고가 이어지는 것"이라면서 "무리한 공정을 현실화하고, 위험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내하청지회는 5월 하청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의 대표이사 4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직영 노동자들도 이 같은 고충에 공감하고 있어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안전 미비 상태에서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이 작업 중지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요구했다.
위원회는 현장 조합원과 노조 간부, 명예 감독관 등 10명으로 구성돼 분기별로 한번씩 작업장 시찰을 하는 등 안전 현황을 점검한다.
이자스민 의원은 "2명 이상이 사망하는 사고나 범죄를 저지르면 징역 100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법 제정을 추진 중인데 여기 산재 사고도 포함된다"면서 현대중공업이 경각심을 갖고 제대로 된 개선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