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민의소리] 권복규 이화여대 의과대학 교수는 '의학적 의사결정에 관한 우리나라 성인 인식 조사'에서 국민들은 의료기관과 의사를 크게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정작 의료와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는 의사한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한국의료윤리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됐다.
권 교수는 수도권에 사는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시행, 5점 척도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만족도는 3.08, 의료기관과 의사에 대한 신뢰도는 각각 3.15와 3.24였다.
권 교수는 "응답자들은 의료기관과 의사를 그다지 신뢰하고 있지 않았다"며 "의료기관과 의사 신뢰도 모두 보통(3.0)을 겨우 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런 상황에서 의사와 환자 간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응답자 절반 정도는 우리나라 의사들이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에 따르면 의학적 의사결정에서 본인의 자율적 판단과 결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무려 93.2%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73.2%는 중병에 걸렸을 경우라 해도 관련된 소식을 의사에게 정확히 듣길 희망했다.
권 교수는 "응답자들은 의사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주고, 경험과 판단을 통해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이지 결정의 주체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주목할 부분은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은데도 실질적으로 진료권을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서는 '의사'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환자의 진료권을 누가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들은 '본인, 보호자, 의사가 함께'(41.2%), '보호자를 제외한 의사와 본인이 함께'(36.2%), '의사와 보호자가 논의해서'(9.4%), '의사 단독으로'(2.4%) 등의 순으로 답했다.즉 전체의 89.2%는 진료결정에 의사가 참여하기를 희망한 셈이다.
그에 반해 '본인 스스로 결정한다'는 비율은 10.8%에 그쳤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권 교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자율성 존중은 '동의서 서명'처럼 작은 범위에서 이해하기보다 의사, 보호자 등 다양한 요소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일어나는 역동적이고 유연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이를 위해선 환자와 의사 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좋은 의사소통은 의료 윤리 측면에서 환자 자율성을 더욱 보장해주고,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의료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