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종합뉴스/홍성찬기자] 현재 직장인과 자영업자에게 달리 적용되는 건강보험료 부과 기준을 '모든 소득' 중심으로 단일화하는 방안이 본격 논의된다.
재산 기준을 완전히 배제할 것인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소비 등에도 일정 부분 세금 형태의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것인지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1일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소득중심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의 구체적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이달 중순께 실무 기획단을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건강보험공단 실무진과 학계 및 연구기관 전문가, 노동단체·소비자단체 등 가입자 대표를 포함해 15명 안팎으로 꾸려진다. 되도록 연말까지 단일 또는 복수 개편안을 마련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보고하는 것이 목표다.
논의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내년 상반기께는 이 개편을 뒷받침하기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이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을 전망이다.
기획단은 지난해 8월 건강보험공단쇄신위원회가 제시한 소득 중심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을 바탕으로 논의한다.
이 안의 핵심은 직장인이건 자영업자(지역가입자)이건 가입자의 모든 소득을 따져 보험료를 부과하자는 것이다.
기준 소득에는 근로소득, 사업소득(부동산 임대소득 포함), 이자·배당소득, 연금소득, 보수 외 근로소득뿐 아니라 양도소득, 상속·증여소득은 물론 4천만원 이하의 금융소득까지 포함된다.
모든 가입자에 일괄 적용될 새 보험료율은 납부자 부담 완화 차원에서 현행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5.89%)보다 다소 낮은 5.5%가 제시됐다.
다만, 보험료율을 높이지 않는 대신, '소득'뿐 아니라 '소비'를 기준으로도 보험료를 걷자는 게 공단 측의 주장이다.
대표적 소비세인 부가가치세·개별소비세·주세 등에 덧붙여 국세청에서 보험료를 원천징수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건강위해 제품에 대해 목적세 방식으로 건보료를 걷는 방식까지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정부나 학계도 복잡한 현행 부과방식을 고쳐 소득 중심으로 단순화하는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공단측은 소득 기준 일괄 개편을 원하지만, 정부·학계에서는 재산을 보험료 산정 기준에서 완전히 빼는 데 대한 형평성 논란, 자영업자에 대한 미흡한 소득 파악률 등을 고려해 소득·재산 기준을 병행하되 단계적으로 재산 비중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현재 자영업자의 소득도 95% 이상 국세청 등 정부 징수 시스템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세' 등 세금 형태의 건보료 부과도 결국 국민의 조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기획단 안에서조차 쉽게 의견이 통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과장은 "건보료 부과 체계는 4천900만명에 이르는 국민의 생활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시한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모든 시나리오를 신중히 검토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건강보험료는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보수월액·월급)의 5.89%를 내고, 지역가입자는 사업소득, 이자·배당소득, 연금소득, 근로소득, 기타소득과 재산 및 자동차 등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따라서 직장가입자는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낮아 자신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불만이고, 지역가입자는 지역가입자대로 각종 소득과 재산을 기준으로 복합하게 계산되는 보험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퇴직 등으로 직장가입자가 소득을 잃었음에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보유 재산 때문에 오히려 보험료가 늘어나는 데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의료정책연구소·순천향의대 예방의학교실이 지난해 건보 가입자 1천16명(직장 712명·지역 3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역가입자의 82.3%, 직장가입자의 65.1%가 자신의 건강보험료 수준에 불만을 드러냈다.
또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접수된 모든 민원은 7천116만건에 달하고, 이 가운데 81%(5천763만건)가 부과·징수나 자격 관리 등 보험료와 관련된 민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