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종합뉴스/최용진] 대구 한 사립고 교사의 여제자 성폭행 의혹을 비롯 고려대 교수와 학생의 성추행 등 각종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2011년 대비 2012년 대구지역 성폭력이 31%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노란색으로 칠한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의 좁은 골목 ‘소금길’
또 경북지역은 성범죄 발생건수가 최근 4년새 115.8%나 증가하는 등 매년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법적 처벌 강화와 하드웨어 중심의 규제만으로는 더 지능적으로 이뤄지는 성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건축·도시공간의 방어기능을 높이고, 환경디자인 설계를 통해 성범죄 예방을 도모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사회정책연구실 이재필 박사는 지난15일 대경 CEO브리핑을 통해 ‘대구경북, 환경디자인으로 성범죄 예방하자’란 주제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여성과 아동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이런 내용의 도시공간 조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연구결과는 정부의 4대악 척결 중 하나인 성폭력 범죄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0.9% 증가하며 매년 20만건, 하루 546건, 시간당 23건 정도가 발생하고 있다. 이 중 8월 발생 비율이 11%로 가장 높고, 오후 8시부터 새벽 4시사이 발생비율이 44.5%에 달한다.
특히 대구의 경우 시민들이 느끼는 사회안전도 만족도가 6.1%에 그치며 전국 평균 11.3%를 크게 밑돌고 있으며, 지난해 발생한 성폭력 범죄가 159건으로 전년도 121건에 비해 31%나 증가했다.
경북은 성범죄 발생 건수가 2007년 353건에서 2008년 371건, 2009년 383건, 2010년 774건, 2011년 762건으로 4년새 115.8%나 늘었다.
또 지난해 발생한 대구지역 성폭력 사건 1천91건 중 15세 미만 피의자 비율은 14.5%(159건), 경북은 826건 중 16.8%(139건)에 달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정부의 성폭력 종합대책 등이 전반적 성폭력에 인식개선과 근절에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 점점 더 지능화되는 성범죄 예방을 위해선 범죄 발생을 사전예방할 수 있는 안전지대와 환경을 만드는 정책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무엇보다 정책 패러다임이 가해자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며, 환경디자인을 통한 범죄예방 대처법인 ‘셉티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문을 노란색으로 칠한 소금지킴이집. 각종 성범죄 여성과 노인 거주자 보호
셉티드란 동네·아파트단지·학교·공원 등에 적절한 디자인과 주어진 환경의 효과적 활용을 통해 범죄발생 수준 및 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물리적 환경과 범죄발생률 관련 다수의 연구에서 도시공간 구조와 범죄 발생률간 상관관계가 크다는 점이 부각됨에 따라 영국·일본·미국 등 선진국에선 셉티드 도입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서울 마포 염리동의 ‘소금 지킴이 집’이 대표적 사례다.
이 박사는 대구·경북도 단계적 셉티드를 도입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선 제도적 기반 구축과 함께 관련 전문가 육성, 효과적 거버넌스 형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CPTED 인증과 적용범위 등을 규정하는 시·도 조례를 제정하고, 일정규모 이상 주거단지와 집단시설지구, 상업시설, 도심재생사업, 학교, 공원 조성시 범죄예방 디자인 적용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또 셉티드 인증단지나 학교 등에 대해 행·재정적 인센티브를 부여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