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하네요? 마케팅 분야는 협업이 중요한데 힘들지 않겠어요?”
면접자) “요즘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혼자 운동을 합니다. 하지만 학창시절에는 주말마다 친구들과 축구를 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서 술은 잘 못하지만 술자리도 좋아합니다. 오히려 여럿이 하는 활동에 너무 치중하는 것 같아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려는 것이지, 개인 활동을 더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긴장감과 진지함이 감도는 이곳, 실제 입사 면접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수원고용센터(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모의면접 현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통해 모의 면접부터 자격증 취득까지 원스톱 지원을 하고 있다.
참관객1) “돌발 질문이 많았는데 당황하지 않고 시선을 떨구지 않았던 것이 좋았어요.”
참관객2) “전문 영역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정답을 말하지는 못했지만 여유로운 태도와 센스있는 답변이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라는 느낌을 줬어요.”
면접관의 날카로운 질문과 지원자의 차분한 대답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참관객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지원자 역할의 한 참여자는 “친구들끼리 면접 스터디를 하면 민망해서 제대로 연습을 못해요. 여기는 아는 사람도 없고, 취업을 목표로 모여서 그런지 다들 진지하게 임해요. 모의 면접인데도 질문이나 분위기가 진짜 면접 보는 거처럼 떨렸어요.”라며 “며칠 뒤 예정된 면접 준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통해 모의 면접부터 자격증 취득까지 원스톱 지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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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을 통해 모의 면접부터 자격증 취득까지 원스톱 지원을 하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
취업성공패키지는 저소득 취업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통합적인 취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09년 도입됐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구직자에게 ▲(1단계) 구직의욕 제고 및 취업 계획 수립, ▲(2단계) 능력 및 직장 적응력 증진, ▲(3단계) 집중 취업 알선에 이르는 단계적 과정의 개인별 종합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1단계(구직 의욕 제고 및 취업 계획 수립)에서는 초기 상담을 통해 취업역량에 따른 맞춤형 취업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다양한 프로그램(집단 상담 프로그램, 단기 취업특강 등)에 참여한다. 1단계가 종료되면 10만 원~20만 원의 참여 수당이 지급된다.
이어 2단계(능력 및 직장 적응력 증진)에서는 취업에 필요한 훈련(자격증 취득 등)을 받으면서 훈련 담당 상담원과 주기적인 상담을 진행한다. 이 때 1단계에서 수립한 취업 계획을 수정·보완해 취업능력을 배양한다. 또 경력단절 등의 이유로 일자리 경험이 필요한 참여자들에게 ‘일자리 경험 프로그램’을 통한 인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마지막 3단계(집중 취업 알선)에서는 취업 희망기업에 맞는 자기소개서 개별 첨삭 지도 등 3개월에 걸쳐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취업 알선을 실시한다.
취업사교육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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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 구성 및 지원 내용 |
취업성공패키지의 가장 큰 장점은 취업 준비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다. 훈련비 200만 원으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고, 월 최대 40만 원의 참여 수당으로 교통비와 식비를 충당할 수 있다. 한 온라인 취업포털 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 3명 중 1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한해 평균 263만 원의 비용을 지출한다고 하는데, 이 점을 감안하면 큰 절약인 셈이다.
특히, 과거 전공 자격증과 영어에 국한되던 사교육이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고용노동부 고용지원실업급여과 전대환 실무관은 “자기소개서 컨설팅비만 해도 몇 십만 원에 달하는데,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하면 1단계(집중 상담 프로그램)와 3단계(집중 취업 알선)에서 개별 첨삭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부터 참여자 연령을 만 29세 이하에서 만 34세 이하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무원 시험, 고시 등으로 취업 시기를 놓친 30대 미취업자도 취업성공패키지 참여가 가능해졌다. 전 실무관은 “실제로 청년층 취업성공패키지의 경우 60%가 대학 졸업생”이라고 말했다. 전 실무관의 말처럼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 참여자 3만7천 명 중 2만1천 명이 대졸자(전문대 포함)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채용설명회는 언제나 인산인해이다. 채용절차의 핵심에 대해 구직자와 인사담당자간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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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채용설명회는 언제나 인산인해이다. 과거 전공 자격증과 영어에 국한되던 사교육이 자기소개서와 면접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취업성공패키지는 매우 효율적인 취업 준비 도구가 돼주고 있다. |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서 변리사 2차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힌 한 취업준비생(32세)은 “6년 동안 변리사 공부를 했어요. 차라리 1차에서 떨어졌으면 빨리 포기하고 취업했을 텐데 번번이 2차에서 떨어지니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고시 공부만 해서 취업 준비에 대해 무지해요. 어학점수 외에 자격증도 없고 자기소개서 써본 경험도 없고...”라며 한숨 섞인 걱정을 내뱉었다.
그에게 취업성공패키지에 대해 소개하자 “그런 게 있어요? 안그래도 자격증 딴다고 부모님께 손벌리는 게 죄송했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라며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이어 그는 “계속 고시에서 떨어지다 보니까 많이 위축된 상태인데, 그 과정(취업성공패키지)이 자신감을 줄 것 같아요.”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취업성공패키지의 모든 프로그램은 서울대학교 심리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성취 프로그램의 변형이다. 관계자들은 국내 대부분의 집단 상담 프로그램의 모태가 성취 프로그램인 점을 감안하면 취업성공패키지의 내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취업 의욕 및 능력, 연령, 진로발달 수준, 참가자의 요구에 따라 5가지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간이 부담되는 구직자를 위해 선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단기 집단 상담 프로그램(3시간 소요)이나 단기 취업 특강(2시간 소요)도 운영한다.
서울대학교 심리과학연구소가 만든 성취프로그램의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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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심리과학연구소가 만든 성취프로그램의 내용. |
진로 및 구직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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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 및 구직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수원고용센터의 장석훈 실무관은 “일정이 거듭될수록 참여자들은 기업에서 선호하는 긍정적인 사고와 태도를 갖추게 된다.”며 “일례로, 개인적인 고민이나 경험들을 이야기 하는 활동이 있는데, 이에 대해 진행자와 나머지 참여자들은 긍정적인 피드백만 해준다. 다른 사람을 향한 긍정적인 말을 해주다 보면 자신에게도 긍정적인 표현과 단어를 사용하게 된다. 이런 점이 참가자들의 마인드와 태도를 바꾸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거의 모든 활동은 대화, 참여, 토론으로 이뤄진다. 많은 기업들이 면접에 집단 토론이나 프레젠테이션을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훈련이다. 또 많은 청년 구직자들이 공을 들이는 분야인 자기소개서 역시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을 받은 취업준비생들은 자기소개서 작성이 더이상 고통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수원센터에서 만난 한 취업준비생으은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자기소개서에 장점 하나 쓰는 것도 힘들었어요. 어렴풋이 떠올라도 글로 표현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지요. 민망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모범 사례를 참고해 썼는데 당연히 결과가 좋지 않았지요. 프로그램 중에 장점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있는데 구체적인 장점 목록을 줘요. 제가 해당하는 걸 고르면 되지요. 막연하게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줄어드니까 자기소개서 쓰는 게 전처럼 힘들지 않았어요.”
집단상담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강의실. 모든 활동에는 매누얼이 담긴 워크시트가 포함되어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다. <사진제공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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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상담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강의실. 모든 활동에는 매뉴얼이 담긴 워크시트가 포함돼 있어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
집단 상담 프로그램의 경우 과정이 끝나면 자신감과 더불어 ‘기록’이라는 유용한 자산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진짜 자신의 모습과 이상적인 모습 사이에서 혼란을 겪었다는 참여자 정소은(여·22) 씨는 “프로그램의 모든 활동에 예시가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에 대해 작성할 수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았다.”며 “프로그램의 후반에 접어든 참여자들은 꽉 채워진 워크시트가 향후 입사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정 씨는 “처음에는 수당을 준다니까 참여했어요. 다른 취업 특강과 비슷할 줄 알고 큰 기대도 안했었요. 분위기가 워낙 편해서 그냥 시간 떼운다는 생각으로 왔다갔다 했는데 끝나고 보니 유용한 자료가 엄청 많이 생겼어요. 희망 기업의 사전 탐방 시 주의사항, 물어볼 만한 질문들, 인사 담당자와 약속 잡는 법처럼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도 포함돼 있어요. 자세한 매뉴얼이 있어서 따라하는 데 어렵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 부담돼 처음에는 고민을 했다는 한 참여자는 “아직 어린 나이인데 부정적이고 나 스스로를 격려할 줄 몰랐어요. 채찍질만 하고 스스로 방 안에 가둬놓고 한창 위축된 상태였는데 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나를 격려하는 법을 배웠어요. 또 한 번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며 “취업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구직기술 향상(자기소개서 작성 및 면접대비)을 위한 활동이 집단상담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다. 프로그램 진행 중인 장석훈 실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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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작성 및 면접 대비 훈련을 진행 중인 장석훈 실무관 |
프로그램 종료 후 설문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참여자들이 처음에는 프로그램의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했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수료하고난 뒤 만족도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 면접 특강에서 만난 한 참여자는 이미 2단계의 훈련을 끝낸 상태라고 했다. 200만 원 한도의 지원금을 단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알뜰하게 써서 3개의 과정을 들었다고 했다. 전산 세무와 회계자격증 교육을 받았는데 실제 면접을 앞두고 듣는 특강이라서 더 집중이 잘 됐다고 했다. 학원이 집에서 멀었지만 교통비와 식비가 지원돼 경제적 부담 없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장점이라고 전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취업성공패키지의 참여 인원을 확대해, 2009년 1만 명에서 2012년 7만 명으로 늘렸다. 지금까지 참여자의 50~60%가 취업을 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3개월의 고용유지율도 평균 70%로 나타났다. 참여자가 확대되면서 운영에 어려움도 따른다. 현재 상담자 1명이 300명에 달하는 참여자를 담당하고 있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참여자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적절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패키지 담당자의 업무 부하를 경감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취업역량이 높은 청년층 대상 상담은 전문성을 갖춘 훈련 상담원으로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책기자 한주희(직장인) masterge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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