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종합뉴스] 범죄 피의자의 DNA 정보를 담은 데이터베이스(DB)가 미제사건 해결의 일등공신으로 부상했다. 'DNA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3년 간 범행 현장에 남겨진 DNA 정보를 근거로 범인이 검거된 사건은 1,890건에 이른다.
22일 경찰청은 지난 2010년 7월 26일 DNA법 시행 이후 지난달 말까지 살인, 강간, 강도, 절도 등 강력범죄로 구속된 피의자로부터 채취한 DNA는 약 3만개다. 범죄자 인적 사항과 DNA 정보는 DB로 구축됐다.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인적 사항은 경찰청이, DNA 정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각각 나눠서 관리한다.
DNA DB는 시행 첫 해부터 미제사건 해결에 위력을 발휘했다. 2010년 약 5개월간 179건의 범인이 잡힌 데 이어 2011년 925건, 지난해 571건이 해결됐다. 올해도 지난달 말까지 215건의 범인이 DNA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범죄 유형별로는 절도가 1,110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강간ㆍ추행(383건)이다.
범죄자 DNA 채취 및 활용이 가능해진 것은 3년 전부터지만, 미제사건이 줄줄이 해결되는 것은 그동안 축적된 현장 증거물 속 DNA 덕분이다.
국과수는 2000년대 초부터 미제사건 현장 증거에서 분리한 DNA를 비공식적인 DB로 관리했다.
새로 채취한 범죄자 DNA가 과거 미제사건 DNA와 같으면 해당 사건의 범인으로 확인되는 것, 15년 전 대구 구마고속도로에서 단순 교통사고 사망 사건으로 처리됐던 여대생이 숨지기 전 스리랑카인들에게 집단성폭행 당한 사실이 최근 밝혀진 것도 속옷에 남아 있던 범인의 DNA 덕이었다.
지난 2005년 5월부터 2008년 7월까지 서울 강북 일대에서 보일러공을 가장해 혼자 사는 여성 9명을 연쇄 성폭행한 일명 '보일러 발바리'도 DNA 정보가 보관돼 있다. 따라서 범인이 어디선가 절도나 폭력사건 등을 저질러 붙잡힌다면 발바리 사건도 해결될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 DNA 분석을 처음 시작한 1993년부터 2000년대 초까지는 DNA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현장 증거물에서 DNA를 분리하지 않았고, 기술 수준 차이로 현재와는 분석 방법도 달라 전면 DB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과거에는 담배꽁초에 묻은 타액이나 혈액, 정액이 있어야 범인의 DNA를 식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맨손으로 만진 물건에서도 DNA를 뽑아낼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
DNA만큼 확실한 증거는 없어 국과수는 하루 약 300건, 연간 10만건의 증거물에서 DNA를 분리하고 있다. 박기원 국과수 유전자감식센터장은 "1대 1로 맞춰볼 경우 DNA 정보가 같은 사람이 존재할 확률은 제로(0)"라며 "수사에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DB 개선 방향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