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P 경계근무 중 자해사망 군인, ‘국가유공자’ 행정심판

입력 2014년10월01일 21시47분 백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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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가혹행위로 생긴 우울상태 자해사망병사에 과실 책임 물을 수 없어”

[여성종합뉴스/백수현기자]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위원장 홍성칠)는 국가보훈처 수원보훈지청이 1990년 4월 GOP 경계근무 중 자해사망한 故 홍모씨(당시 23세)에 대해 ‘소속 부대의 인사 관련 상급자나 부대장 등과 상담하거나 군병원 진료 등의 적극적인 고충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 등 불가피한 사유 없이 본인의 과실이나 과실이 경합되어 사망했다’며 고인의 유족을 유공자 유족에서 제외한 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재결했다.

고인은 1989년 11월 육군에 입대하여 이듬해인 1990년 4월 일병으로 GOP 경계근무 중 자해사망했으며, 고인의 어머니 윤모씨가 중앙행심위에 2012년 7월 유공자 유족 등록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행정심판에 대해 이듬해인 2013년 4월 “고인의 사망과 직무수행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으며, 구「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제4조제1항제5호의 ‘순직군경’ 요건에 해당하는데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재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 수원보훈지청은 보훈심사위원회를 열어 재심의를 했으며, “불가피한 사유 없이 과실 또는 과실이 경합되어 발생한 자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공자 유족 등록을 다시 거부하였다.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해당 사건을 조사한 결과 소속부대의 초기 조사결과와 1990년 4월 매장보고서 등을 통해 군 수사가 미흡했다고 판단했으며, 고인의 부대는 민통선 안 GOP 진입로 상에 있는 독립중대로, 최전방의 격오지라는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개머리판과 몽둥이 등을 사용한 구타․가혹행위가 만연했고, 인사계가 알몸검사로 일병, 이병들의 신체에 피멍이 들어 있는 사실도 확인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고인의 사고 보름여 전인 1990년 3월 말경 선임병들이 개머리판으로 후임병의 머리를 폭행하여 후임병이 실신해 병원에 후송된 사고도 있었고, 타부대에서 후임병을 대상으로 성추행, 가혹행위를 하여 GOP 부적응자로 분류된 채 전입온 선임병과 고인을 아무 조치 없이 1990. 4. 7.부터 이 사건이 발생한 1990. 4. 13.까지 2인 1조로 GOP 초소근무를 하게 한 바 있다.

고인은 이 선임병과 2인 1조로 단둘이 초소근무하다가 사고당일 자해사망했다. 

이에 고인의 어머니 윤모씨는 2013년 8월 다시 중앙행심위에 행정심판을 냈다.

다시 조사에 나선 중앙행심위는 “‘불가피한 사유 없이 본인 과실이나 본인 과실이 경합된 사유로 인한 사정은 유공자 등록 처분을 하는 처분청(국가보훈처)이 증명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행심위는 ▲ 고인의 부대는 선임병들에 의한 구타와 가혹행위가 만연하였고, 고인도 당했으며, ▲ 타부대에서 부대원들을 괴롭혀 GOP 부적응자로 분류되었다가 전출 온 선임병이 고인을 계속하여 질책하고 욕설하였으나 특별히 제지한 사람도 없었고,  ▲ 고인의 사고 전부터 일상적 구타 및 가혹행위가 있는 것을 알고 있던 소속 지휘관들이 이를 예방하거나 시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 고인이 후임병들의 군기를 잡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군기반장급 선임병들에게 구타당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 이러한 환경에서 발생한 우울장애에 대해 효과적인 치료나 조치를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 최전방 GOP 초소라는 폐쇄된 곳에서 주어진 상황을 타개할 사정이 보이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 고려하면,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거나 본인 과실이나 과실 경합 사망’으로 볼 수 없고, 이를 증명할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도 보이지 않으므로, 국가보훈처의 이번 처분도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고인의 유족은 (구 국가유공자법상) 국가유공자 등록이 가능하게 됐다.

중앙행심위에서 심판청구가 이유있다고 인정하여 청구인의 취지를 받아들이는 인용 재결을 하면 피청구인(행정기관) 등은 반드시 처분을 취소하거나 변경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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