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민의소리]26일 행정자치부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정부 부처별 훈ㆍ포장 지급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총 1,813개의 훈ㆍ포장을 수여했다.
이는 일정 근속 연수를 채우고 퇴직한 공무원이 받는 근정 훈ㆍ포장 1만6,807개와 국방부가 추천하는 훈ㆍ포장을 제외한 규모다.
정부 부처별로 보면 국가보훈처가 가장 많은 248개를 추천했고, 문화체육관광부(209개), 산업통상자원부(201개), 행정자치부(160개), 고용노동부(119개)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 중앙행정기관 37곳 가운데 이들 상위 5개 기관의 추천으로 수여된 훈ㆍ포장이 937개(51.7%)로 절반을 넘는다.
독립유공자 등을 관리하는 업무 특성상 훈ㆍ포장 수여가 많은 보훈처를 제외하더라도 특정 부처의 쏠림 현상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이들 부처가 주관하는 각종 기념식 행사에는 훈ㆍ포장들이 넘쳐난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5일 ‘무역의날’ 행사에서 하루에만 각급 산업 훈ㆍ포장을 69개(표창 포함시 680개)나 줬다.
문체부 역시 지난해 10월15일 ‘체육의날’ 행사에서 각급 체육 훈ㆍ포장 108개(표창 포함시 115개)를 수여했다.
특히 마을 새마을 지도자나 부녀회장, 새마을금고 대표 등에게도 지난해에만 62개의 훈ㆍ포장이 돌아갔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 만들어진 새마을 훈ㆍ포장은, 퇴직공무원 훈ㆍ포장을 제외하면 여전히 가장 숫자가 많은 훈ㆍ포장 중 하나다.
이처럼 기업인이나 체육인, 새마을운동 지도자 등에게 많은 훈ㆍ포장이 돌아가는 것은 수출 활성화나 스포츠 육성 등이 주요 정책 과제였던 경제개발과 군사독재 시대의 산물이다.
여전히 이런 분야 업적이 중요하긴 하지만, 인권이나 성평등, 환경, 복지 등 시대 변화에 따라 중요성이 커진 다른 분야들이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대한민국인권상’에 지난해 배분된 훈ㆍ포장은 2개에 불과하며, 보건복지부가 ‘사회복지의날’에 줄 수 있는 훈ㆍ포장 역시 4개에 그친다.
‘환경의날’(환경부)과 ‘양성평등주간’(여성가족부)에 배정된 훈ㆍ포장 개수 역시 각각 9개, 5개에 머물렀다.
이러다 보니 일부 부처에선 분배 권한을 쥐고 있는 행자부를 찾아가 훈ㆍ포장 개수를 늘려달라고 사정을 하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며 최근 행자부 과장을 직접 찾아가 “타 부처에 비해 훈ㆍ포장 개수가 너무 적으니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개수를 늘려주려면 다른 부처 것을 줄여야 해 어렵다”는 매몰찬 답변만 들었다고 말하고 “훈ㆍ포장은 정부 정책이 효과적으로 먹혀 들어가게 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 중 하나여서 단 몇 개의 훈ㆍ포장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서는 ‘을’의 입장에서 몸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행자부는 ‘포상총량제’때문에 부처들의 훈ㆍ포장 신설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정부 예산의 경우 국회나 시민단체 등 감시의 눈이 많은 반면, 훈ㆍ포장은 행자부의 재량이 너무 커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무엇보다 협회와 같은 중간단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지방자치단체 등 대민 접촉이 많은 곳에 발굴을 의뢰해 꼭 받아야 할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