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종합뉴스/ 백수현기자] 1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최저생계비 이하 비수급 빈곤층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첫 실태조사로 비수급 빈곤층의 월평균 1인 소득은 51만9천원으로, 수급 빈곤층의 54만7천원보다 낮았다. 올해 1인 가구 최저 생계비인 60만3천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들은 난방, 교육, 의료 측면에서 열악한 처지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1년간 돈이 없어 식사를 거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수급 빈곤층은 19.9%로, 수급 빈곤층 11.1%에 비해 높았다.
'돈이 없어 추운 겨울에 난방을 하지 못한 적 있다'는 응답은 36.8%로, 역시 수급 빈곤층의 25.3%보다 많았다.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는 수급 빈곤층은 22.2%였지만, 비수급 빈곤층은 36.8%에 달했다.
빈곤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고리, 교육 현실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비수급 빈곤층 42.4%는 '고등교육을 시킬 수 없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한 다른 조사에서 전체 가구의 평균은 5.7%에 불과했다.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의 경험도 평균치보다 많았다. '자녀가 지난 2년간 놀림이나 조롱을 당한 적 있다'는 비수급 빈곤층은 21.2%, 수급 빈곤층은 23.8%로 나왔다. 전체 가구 평균은 9.3%이다.
따돌림이나 무시를 당한 경험, 협박이나 위협, 신체적 폭력 당한 경험 등도 전체 가구 평균보다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회적 지지는 부족했다. '물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수급 빈곤층이 90.9%, 비수급 빈곤층이 85.4%나 됐다. 전체 가구 평균은 18.5%다.
비수급 빈곤층 20.2%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 등 극단적인 생각을 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아동들의 정서적 발달과 학업 성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생활고와 낮은 사회적 지지는 최근 저소득층의 생계형 자살률 증가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어느 비수급 노인 빈곤층은 심층 인터뷰에서 평소 식사는 이웃에게 받은 고추장이나 된장, 버려진 라면이나 배추 껍질 등으로 해결한다고 전했다. 그는 옷이나 생활필수품, 약까지 거리에서 주워 해결하고 있었다.
한 부모는 "택시를 탔을 때도 요금을 흥정하는 편인데, 이런 것들이 전이돼 아이들도 마트에서 똑같이 물건값을 깎으려 해 부모로서 속상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조사는 6∼7월 전국의 비수급 빈곤층 300가구 및 수급 빈곤층 100가구와 사회복지사를 상대로 설문·심층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빈곤층 보호를 위한 정책 개선을 권고할 계획이다.